세계적 재고부족 여파에 유류세 인하도 가격 역전의 요인 작용
세계적인 재고 부족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석유제품 수급난으로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 이에 따라 화물차량과 택배 트럭, 버스 등 상업용 차량과 굴착기, 레미콘 등 건설장비 운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947.6원으로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 1946.1원보다 1.5원 높았다. 휘발유 가격이 전날보다 2.3원 오른 반면 경유는 6.1원 뛰면서 가격이 역전됐다.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것은 2008년 6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현재 경유 가격은 기존 최고치인 1947.75원(2008년 7월 16일)에 육박했다.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국내 경유 가격은 조만간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경유 가격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과 러사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촉발된 석유제품 수급난으로 급등했다. 유럽은 전체 경유 수입의 6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할 만큼 러시아 의존도가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유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결과 올해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 오름세가 더 가팔랐다. 5월 첫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연초 대비 50.1%(배럴당 91.5달러→137.4달러) 오른 반면 국제 경유 가격은 75.6%(92.4달러→162.3달러) 상승했다. 국내 경유 가격도 국제 가격 인상에 따라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5월 1일부터 시행된 정부의 유류세 인하율 확대(20→30%) 조치도 국내 경유가격 상승세를 멈추진 못했다.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확대 이후 사흘 동안 소폭 내렸다가 4일부터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통상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은 휘발유보다 L당 200원가량 저렴하다.
국제 석유시장에선 경유가 휘발유보다 조금 더 비싸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국내에선 유류세가 휘발유보다 낮아 통상 가격이 리터당 200원 정도 낮게 형성된다. 리터당 유류세(부가가치세 10% 포함)는 휘발유가 820원, 경유가 581원 수준이다.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경유 가격 역전을 이끈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5월부터 유류세가 30% 정률로 인하되면서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247원, 경유에 붙는 세금은 약 174원 줄었다.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액이 경유보다 73원 더 크다. 그 결과 국제 경유 가격 상승과 유류세 인하 효과가 함께 나타나면서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