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 경제는 강하고 더 긴축적 통화정책을 감당할 준비가 잘 돼 있어 "
한미 금리차 0.50∼0.75%p로 좁아져 … JP모건 " 韓銀, 연말 금리 2.5%로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밟으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섰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은 단행하지 않을 것임을 밝혀 주가가 급등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이 반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연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0%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의 회의에서 50bp(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며 추가적인 '빅 스텝'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우려해온 0.75%포인트 인상,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금리인상과 함께 8조9000억달러(약 1경1272조원)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6월 1일부터 시작한다며 자금 회수(양적긴축) 방침을 밝혔다.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가운데 475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고 시장에 흘려보낼 방침이다. 앞으로 석 달 후에는 이를 950억달러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연준의 지난 3월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양적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달러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준의 2017∼2019년 대차대조표 축소 당시 월 상한선이 최대 50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양적긴축은 종전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하강에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탄탄한 미국의 고용시장을 언급하면서 "경제는 강하고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감당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지 않겠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반색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32.27포인트(2.81%) 오른 34061.06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24.69포인트(2.99%) 상승한 4300.1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1.10포인트(3.19%) 급등한 12964.86에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이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고 몇 차례의 추가 빅 스텝을 예고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5%에 육박한 물가상승 위험에 대응할 뿐 아니라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및 원화가치 하락 등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차이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줄었다. 시장은 한은이 5월(26일 금융통화위원회 예정)을 포함해 연내 서너 차례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의 경우 한은이 5월을 포함, 추가로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