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부총리가 나서 "후진국 개발엔 국민인내 필요 …겨우 소득 200달러"라며 과소비 질타
언론들 대서특필…야당은 망언 규정하고 해임안 압박하고 여당 대변인도 경청 자세 촉구
쓰루는 물가 상승 압력을 근원적으로 줄이는 길은 나라 전체, 특히 일반 국민이 소비 절약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과소비(지속 가능한 소득으로 유지될 수 없는 지나친 소비)에 대한 그의 강박감은 급기야 공개적 '실언'을 야기했다. 9월 18일 대구에서 박통도 참석한 시장·군수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3차 계획과 새마을운동 등에 관해 박통과 쓰루 등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박통이 "물가가 올랐다고 하지만 국민이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 (시장·군수들이 국민에게) "물가 안정 시책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하고 참아줘야 할 것은 참아달라고 해야 한다"고 당부를 하고 난 직후였다.
마이크를 잡은 쓰루는 작심한 듯이 그동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쏟아진 비판을 하나하나 뒤집어갔다. '3차 계획을 수정하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세계 3위이며 수출증가율은 세계 1위다. 일부 인사들이 무식하여 이를 고의로 비난하고 있다. 3차 계획을 공부도 하지 않고 수정하라고 한다" 등 평소 가슴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쏟아내었다.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아 내뱉은 다음 말이 문제였다. 그는 국민소득과 씀씀이 등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틴베르헌 교수가 후진국의 경제개발에 필요한 5개 요건 중 하나로 국민의 인내를 강조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몰라도, 이제 국민소득이 200달러를 넘었다고 해서 국민들이 까불면 경제성장이 될 수 없다"는 되돌릴 수 없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언론은 대서특필했고, 야당은 발끈 들고일어났다. '오만한 박정희 정권의 생리가 그대로 드러난 망언'이라고 비난한 야당은 쓰루에 대한 해임 건의안 제출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왔다. 야당 신민당은 대변인이 낸 성명을 통해 "김 장관의 발언은 파탄적인 오늘의 경제위기를 조성한 직접적 책임 장관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망언이며 전국민과 야당에 대한 모독이다"라면서 "정부는 김 장관의 이 같은 망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과 야당에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여당 대변인조차 "설령 국민이 틀린 이야기를 해도 이를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논평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