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에틸렌 코팅이 아닌 물 기반 코팅의 종이컵을 내놓는 계획도 발표
1억달러어치 발행한 녹색채권에 헤지펀드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 투자
판지업체들은 전자레인지 안서 돌릴 수 있는 판지 접시 개발에 팔걷어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 및 투자 흐름에 힘입어 미국 판지 생산공장이 플라스틱 포장을 종이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포장재 업체인 그래픽패키징홀딩이 6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해 미시간주 칼라마주에 건설한 판지공장이 이달 가동을 개시한다. 이 업체는 스티로폼 컵이나 과일 등을 담는 플라스틱 투명 팩과 맥주캔 6개들이 플라스틱 고리 등이 없는 미래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은 코카콜라, 펩시, 켈로그, 네슬레, 마스, 킴벌리클라크, 프록터앤드갬블(P&P) 등 글로벌 식품·음료·소비재 기업들에 포장재를 판매한다. 그래픽이 판매하는 컵은 연간 13억개에 이른다.
그래픽과 다른 판지 제조업체들은 전자레인지 안에 넣고 돌릴 수 있는 판지 접시 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픽의 포장 디자이너 맷 키언스는 "우리는 플라스틱이라면 무엇이든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은 폴리에틸렌 코팅이 아닌 물 기반 코팅의 종이컵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분해돼 퇴비화가 가능한(compostable) 컵이 개발 목표다. WSJ은 "그래픽의 베팅은 ESG 자금의 물결이 공급망을 바꿀 수 있을지 큰 시험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의 유망 신제품 중 하나는 '킬클립'(KeelClip)이다. 이 제품은 이미 유럽에서 맥주 6개들이 플라스틱 고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캔 위에 판지가 덮여있고 손가락 구멍이 있다.
그래픽이 2019년 새 판지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할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비용과 필요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후 녹색 투자가 속도를 내면서 이 프로젝트에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그래픽은 판지 공장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9월 녹색채권(그린본드) 1억달러(약 119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친환경 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재활용 시설을 장려하는 미시간주의 정책 덕분에 그래픽의 녹색채권은 이자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이 채권에 대한 수요는 공급의 20배가 넘었다. 헤지펀드 거물 데이비드 아인혼도 지난해 7월 자신의 그린라이트캐피털이 1500만 달러 규모의 그래픽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개했다. 아인혼은 "플라스틱을 공급망에서 없애기 위한 ESG 투자 노력 속에 그래픽의 포장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코카콜라와 AB인베브 등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