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한국전력이 올해 사상 최악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평균 실적 추정치(-419억원)를 크게 웃도는 6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전력구입비 증가 등 이유를 댔지만 원자력발전 이용률 감소 등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14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5조2484억원, 영업손실(적자) 62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61년 창립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나쁜 실적이다. 전년 동기 실적(-1276억원) 대비 적자 폭이 5023억원 늘었다. 이 같은 영업손실은 한전이 분기 단위로 계열사를 연결해 결산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한 뒤 한전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를 낸 이후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올 1분기까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한적의 적자가 커진 것은 국제 연료가격이 올라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분기 전력구입비는 전년과 비교해 약 7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을 자제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대체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집중한 것이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발전 자회사의 석탄발전량은 지난해 1분기 60.2TWh(테라와트)에서 올해 53.6TWh로 떨어졌다. 반면 국제 연료가가 오르며 발전용 LNG 가격은 같은 기간 13.4% 상승했다.
정부는 지난해보다 원전 이용률이 올라 탈원전이 영업손실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원전 이용률이 낮은 점도 실적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5.8%로 지난해 1분기(54.9%)보다는 높아졌지만 대규모 흑자를 냈던 2013∼2017년 원전 이용률이 연평균 최고 8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전의 실적 부진에도 정부는 요금 인상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분기(4∼6월)에는 LNG 가격이 떨어지는 등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민 부담을 늘리는 요금 인상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