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까지 겹쳐 美물가 5%대 고공행진…서비스 부문과 달리 제조업 어려움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3분기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전문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항만 화물처리 적체, 원자재와 각종 부품의 공급 병목 등으로 세계 각국의 산업생산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영국의 8월 국내총생산(GDP)은 전월 대비 0.4% 증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관련 제한 조치가 7월 중순에 대부분 해제된 덕분에 서비스 부문이 성장한 반면 제조업 부문은 공장들이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경제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특히 영국은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항만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 최대 상업항인 펠릭스토우항에 컨테이너를 내릴 공간이 부족해지자 세계적 해운선사 머스크는 영국이나 유럽의 다른 항만에 화물을 내린 뒤 작은 선박을 이용해 이를 펠릭스토우항으로 실어 나르는 실정이다.
스웨덴은 8월 GDP가 3.8% 줄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밑돌았다. 운송 차질과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이 4.5% 감소한 여파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자동차 업계를 짓누르는 반도체 칩 공급 부족 으로 8월에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럽 경제대국 독일은 8월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4.0% 감소했다. 이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생산 감소 때문이라고 독일 연방통계청은 설명했다. 독일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은 9월에도 이어졌다. 독일 자동차회사 오펠은 반도체 수급난에 연말까지 아이제나흐 공장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9월 말 밝혔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선 전력난까지 겹치며 독일 회사의 자동차 판매가 9월에 전년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중소기업 상황도 어렵다. 국책은행 독일재건은행(KfW)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380만개사의 절반 정도가 철강, 알루미늄, 플라스틱, 목재 등 원자재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상황도 좋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미국 소비지출의 급격한 감소를 이유로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0%에서 6.0%로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10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소비회복 지연 등을 이유로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5.7%에서 5.6%로 낮췄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5.4% 상승한 것으로 이날 발표됐다. 이로써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WSJ이 실시한 경제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5.1%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심각한 전력난,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2분기(7.9%)보다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WSJ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