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보급된 전기차가 20만대에 육박한 가운데 전기차 충전기의 보급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19만1065대, 전기차 충전기는 9만1927기(급속 1만3731기, 완속 7만8196기)로 집계됐다.
충전기 1기당 전기차 수는 약 2대로 영국(10.0대), 프랑스(11.0대), 독일(11.7대), 일본(16.5대) 등 주요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문제는 급속 충전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급속 충전기는 1기가 전기차 14대까지 감당해야 하는데다 지역별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된 부산(26.2대), 서울(22.2대), 인천(21.4대), 대전(21.0대)의 급속 충전기 1기당 전기차 수는 20대가 넘는다. 이와 달리 울산(10.6대), 세종(10.5대), 전북(8.0대), 전남(8.3대) 등 전기차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급속 충전기는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30분 정도 걸리는 반면, 완속 충전기는 완전 충전까지 4∼5시간이 걸려 아파트나 주택 주차장 등 장시간 차량을 세워둘 수 있는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업계는 전기차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면 급속 충전기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급속 충전기가 전기차 5대당 1기 수준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5만8010대로 지난해 연간 기록(4만6718대)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신규 등록된 전기차(10만4728대)가 최근 10년간 보급된 전기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약 8만대, 내년에는 10만대 넘게 신규 등록되면서 내년까지 30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국내에 보급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3만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충전기 1기당 전기차 수를 현 수준인 2대로 유지하려면 약 6만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올해 8월까지 국내에 보급된 수소전기차는 총 1만6206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수소 충전기는 총 117대로 수소 충전기 1기당 수소전기차 수는 166대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에는 수소 충전기가 2기밖에 없어 1기가 무려 606.5대 수소차를 감당하는 실정이다. 총 4기의 충전기가 있는 서울은 1기당 527.2대꼴이다. 그 다음으로 강원도(283.6대), 광주(169.8대) 순서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