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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환의 스포츠史說]50세 넘어 우승 소식 전한 최경주
[손장환의 스포츠史說]50세 넘어 우승 소식 전한 최경주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9.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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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서 10년 만에 '트로피 키스'
필 미켈슨, 짐 퓨릭,비제이 싱 등 쟁쟁한 스타들과 경쟁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아냥 딛고 美서 ' 성공신화 ' 우뚝
골프선수 최경주는 9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페블비치에서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옛 시니어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13언더파를 쳐서 우승했다. 사(골프선수 최경주),자료=최경주 홈페이지,최경주 인스타그램/이코노텔링그래픽팀.
골프선수 최경주는 9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페블비치에서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옛 시니어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13언더파를 쳐서 우승했다. 사진(골프선수 최경주),자료=최경주 홈페이지,최경주 인스타그램/이코노텔링그래픽팀.

'느닷없이' 최경주의 우승 소식이 들려왔다. 느닷없다는 표현은 최경주가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은퇴한 선수가 아니라 현역으로, 그것도 미국 PGA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은 너무나 반가웠다.

최경주는 9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페블비치에서 끝난 PGA 챔피언스투어(옛 시니어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13언더파를 쳐서 우승했다.

2011년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무려 10년 만에 전해준 우승 소식이었다.

스포츠 기자 시절 대부분 종목을 담당했는데 골프 기자는 하지 못했다. 그래도 '꿈의 골프장'이라는 페블비치를 개인적으로 구경한 적은 있다(구경만 했다). 몬터레이 반도는 환상적인 '17마일 드라이브'로 유명하고, 페블비치를 비롯한 세 개의 골프장이 있다. 페블비치는 바다를 끼고 있는 프라이빗 골프장으로 원칙적으로 회원만 칠 수 있다.

일반인은 그린피가 비싼데다 골프장 숙소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예약도 어렵다. 그래서 "페블비치에서 골프 쳐봤다"는 대단한 자랑거리다. 10년 만의 우승을 페블비치에서 했으니 최경주의 감격이 남달랐을 것 같다. 최경주는 우승 인터뷰에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챔피언스투어는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1970년생인 최경주는 당연히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활동 소식이 전혀 없었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대표팀 감독이었기 때문에 은퇴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구나 당시 여자 감독이 진짜 은퇴한 박세리였다.

알고 보니 최경주는 은퇴하지 않았고, '연습벌레'라는 별명답게 계속 연습하다가 지난해 만 50세가 되자마자 챔피언스투어에 참가한 것이다. 최경주답다.

챔피언스투어라고 해서 만만한 대회는 아니다. 지금도 PGA투어에서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간간이 우승하는 필 미켈슨(미국)이 욕심 많게 여기에서도 뛴다. 짐 퓨릭이나 프레드 커플스(이상 미국), 비제이 싱(피지), 레티프 구센(남아공) 등 쟁쟁한 스타들과 경쟁해야 한다.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활동할 당시 비제이 싱과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연습 벌레였다. 최경주와 싱은 상대가 자신보다 더 연습을 많이 한다며 서로 치켜올리곤 했다.

최경주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물론 '남자 골프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선구자다. 전남 완도 출신으로 역도 선수였던 그는 완도 수산고 1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최경주는 '벙커샷의 귀재'로 불린다. 그는 그 비결을 "연습할 데가 없어서 샌드웨지 하나 들고 해안가 백사장에서 죽도록 쳤다. 그랬더니 이제는 벙커에 빠지면 오히려 편안하다"고 밝혔다. 열악한 환경을 무지막지한 연습으로 극복한 사례다.

1994년 KPGA에 데뷔한 최경주는 국내에서 16승을 거둔 뒤 2000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는 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의 감동을 안기며 US 오픈에서 우승한 뒤였다. IMF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안겨준 박세리의 우승에 '박세리 키즈'가 나타날 정도로 여자골프 전성기가 열렸다. 이럴 때 최경주가 PGA 투어 도전을 외친 것이다.

솔직히 남자골프는 선수층이 얇아서 한국 여자 선수들은 경쟁력이 있지만 남자는 어렵다고 봤다. 대부분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최경주가 해냈다. 겨우 2년 만인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당당히 우승하더니 10년 동안 8승이나 거둔 것이다.

노력하는 선수 최경주가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지, 언제까지 기쁜 소식을 전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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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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