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역내 2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글로벌 '배터리 러시'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7일 내놓은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에서 "19세기까지는 골드러시, 20세기는 오일러시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배터리 러시와 데이터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 주요국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완성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전기차용 배터리는 해외에서 조달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이 세계 배터리 산업 공급망을 주도했다.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생산에서 한중일 3국은 세계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자재 채굴 및 가공에서 소재 가공, 셀·모듈·팩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보유한 중국의 지위가 날로 공고해지자 위협을 느낀 미국과 유럽연합 주요국들이 배터리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무역협회 보고서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34.7%로 중국(37.5%)에 이어 2위 수준"이라며 "한국은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 및 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십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기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반기며 현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배터리 러시 시대에 기회를 잡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로 안정적인 연료 공급선 확보를 꼽았다. 세계적인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 수요 증대로 이어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양극재 필수 연료인 리튬은 2012년 대비 두 배 넘게 올랐다.
보고서는 아울러 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해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로 인한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출 감소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조성대 연구위원은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 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