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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썰렁해진 명동…커피의 추억
[김성희의 역사갈피] 썰렁해진 명동…커피의 추억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8.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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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 상가인 명동거리에 '임대'와 '공실'딱지 더덕더덕
1970년대 '비엔나커피' 한 잔으로 낭만을 구가하던 시절 떠올려
비엔나커피는 마부가 추운 겨울에 손님을 기다리며 마시던 음료
비엔나커피(왼쪽),아이스 아메리카노(오른쪽)에는 밝지만은 않은 역사가 숨겨져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비엔나커피(왼쪽),아메리카노(오른쪽)에는 밝지만은 않은 역사가 숨겨져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얼마 전 만난 지인은 나라 걱정을 한창 늘어놓더니만 요즘 경제 상황을 보려면 명동에 가보라 권했다. 한때 서울의 중심 상가였던 명동에 '공실' '임대'가 가득한 것이 우리 실물경제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부분 명동에 얽힌 추억들이 한 자락씩은 있겠지만 필자가 떠올린 것은 70년대 등장한 '비엔나커피'였다. 커피에 생크림을 얹은 신기한 커피가 등장했다고 젊은이들 사이에 금방 화제가 됐다. 그때 친구 덕분에 요즘 말로 치면 '성지 순례'하듯 일부러 찾아가 마신 비엔나커피의 맛이라니!

한데 비엔나커피가 실은 마부들의 음료였단다. 18세기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마차로 영업을 하던 마부들이 추운 겨울에 마차 위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며 몸을 녹이고 당분을 보충하기 위해 뜨거운 커피 위에 설탕을 넣고 생크림을 듬뿍 올려 마신 것에서 비엔나커피가 시작됐다고 한다. 커피가 넘치지 않도록 하면서 충분한 당을 섭취하여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이런 형태의 음료를 '발명'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비엔나커피의 원래 명칭은 '아인슈페너Einspänner'로 이는 하나라는 뜻인 '아인ein'과 말고삐라는 뜻의 '슈페너spänner'합쳐 만들어진 단어로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란 뜻이라나.

이는 『커피 세계사+한국 가배사』(이길상 지음, 푸른역사)에 실린 내용이다. 커피사에 관한 책은 여럿 나왔지만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 국내 저자가 한국 커피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당연히 비엔나커피 관련 대목도 앞의 설명에서 그치지 않는다.

1975년 명동에서 문을 연 '카페 까뮤'가 다방 커피값의 몇 배를 받는 비엔나커피란 '신상'을 소개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카페 앞에 줄을 서는 문화의 시작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까뮤였으며 영어 이름 사용이 금지되면서 카페 이름이 '가무'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얼죽아', 곧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니 해서 멋짐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이해되는 '아메리카노' 역시 유래를 알고 보면 김이 빠진다. 일종의 전쟁 후폭풍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제2차 대전이 벌어지며 커피 공급이 불안해진 반면 군 수요가 증가하면서 커피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일반인에 대한 커피 배급제를 실시하는 한편 묽은 커피를 권장했다. 전쟁 중 익숙해진 묽은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전후 미국 문화가 세계를 휩쓸면서 미국인들이 마시는 묽은 커피라는 뜻의 '아메리카노'를 낳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온갖 요상한 이름의 커피가 등장한 마당이니, 커피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 우리 시각으로 쓰인 커피사를 곁들여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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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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