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 흔들…5년후 美(44.6세),日(43.6세)넘을 전망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심각한 고령화 위기를 맞아 급격한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전방위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 고령화 추이를 글로벌 제조업 강국인 미국, 일본 등과 비교 분석해 23일 발표한 자료에서 나왔다.
한경연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제조업 근로자 비중은 2010년 15.7%에서 2020년 30.1%로 14.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7.3%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30대 바로 아래인 청년층(15~29세) 비중도 21.6%에서 15.2%로 6.4%포인트 줄었다. 40대는 27.7%에서 26.9%로 0.8%포인트 정도 감소했다.
한경연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 제조업 인력 비중이 10여 년 새 2배로 높아진 점, 15~39세의 청·장년층 인력 비중이 6~7% 정도씩이나 줄어든 점 등을 제조업 인력의 심각한 노령화 증거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제조업 강국이자 한국의 경쟁 상대인 미국, 일본의 제조업에 비해서도 한국 제조업의 인력 고령화 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10년 만에 3.3세 높아졌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일본은 41.6세에서 42.8세로 1.2세, 미국은 44.1세에서 44.4세로 0.3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를 연평균 증가율로 따져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중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연평균 0.90% 올라 미국(연평균 0.08%↑)보다 무려 11.3배, 일본(연평균 0.32%↑)보다는 2.8배 높아졌다.
한경연 측은 "이처럼 빠른 고령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약 5년 후인 2026년부터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44.9세)은 미국(44.6세)과 일본(43.6세)을 모두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한경연은 제조업 고령화의 주요 원인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가 우선이지만 각종 기업 규제, 특히 엄격한 노동 규제로 인해 기존 정규직이 과잉 보호되고 제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면서 청‧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 근로자의 연령대별 임금 추이를 보면 50대 이상의 임금증가 속도가 청·장년층보다 빠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50대 이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10년 260만7000 원에서 2020년 409만6000원으로 연평균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15~29세)은 3.6%, 30대는 2.5%, 40대는 3.3%씩 각각 늘어 50대 이상보다 증가속도가 떨어졌다.
제조업 인력의 고령화로 노동생산성 저하가 우려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도 가중돼 전반적으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50대 이상 고령층의 임금이 청·장년층보다 빠르게 오르는 것은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령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한국의 특징적인 임금체계 때문으로 보았다.
한경연 추광호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성장의 중추인 제조업 고령화는 산업경쟁력 저하와 세대 간 소득 양극화, 청년층의 빈곤 심화 등을 낳을 것"이라며 "직무 가치·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노동 유연성 제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의 고용 부담을 낮추는 한편 교육‧훈련 강화로 노동의 질적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