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 상장 유치위해 상장요건 완화한게 주효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던 온라인 장보기 쇼핑몰 마켓컬리가 계획을 바꿔 국내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9일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6번째)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컬리가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튼 데는 한국거래소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 초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들이 잇따라 뉴욕행을 추진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기면 다른 재무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도록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
컬리가 바뀐 상장 규정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이 953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고객 수도 5월 말 기준 800만명(누적)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영업 손실을 보고 있다. 컬리의 국내 증시 상장은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전망이다. 상장을 준비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컬리에 대한 6번째 투자에는 에스펙스 매니지먼트 등 기존 투자사 외에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지난 4월 '샛별배송'(새벽배송) 전국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CJ 대한통운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컬리는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시리즈E 투자 이후 약 1년여 만에 2.6배 오른 2조5000억원 규모로 평가됐다"며 "컬리의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이번 투자금을 기술개발에 쓸 계획이다. 상품 발주, 재고 관리, 주문 처리, 배송 등 물류 서비스 전반에 걸친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데이터 인프라를 고도화하는데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하반기에 남부권까지 확대한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생산자들과의 상생 협력에 힘쓰는 한편 기술투자와 인재 유치로 고객 가치를 높여 장보기 시장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