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40 (금)
[김성희의 역사갈피] 황희의 능력과 도덕성
[김성희의 역사갈피] 황희의 능력과 도덕성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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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결백 했다는 평가, 실록의 내용 보면 '매관매직' 등 딴판
일 논의할 때 언사가 온화하고 사리에 맞아 일처리는 능숙해
‘청백리’란 황희 정승의 이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세종실록』에는  황희 관련 스캔들이 다수 등장한다. 사진(황희 영정(오른쪽))=국립중앙박물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청백리'란 황희 정승의 이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세종실록』에는 황희 관련 스캔들이 다수 등장한다. 사진(황희 영정(오른쪽))=국립중앙박물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조선 시대 최고의 명재상이라면 여러 사람을 들 수 있겠지만 황희(1363~1452) 또한 유력하게 거론될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는 60여 세에 정승이 되어 거의 20년 동안, 조선조에서 가장 오래 정승 자리를 지켰다. 황희가 돋보이는 것은 화려한 벼슬 경력뿐 아니라 그가 청백리로도 유명하다는 점이다.

황희가 정승이 되었는데도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담장도 없이 살아 세종이 공조판서를 불러 담장을 쌓아주라 했다든가, 딸을 시집보내는 데 혼수품을 살 돈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세종이 혼수품 살 돈을 대주는 것은 물론 공주나 옹주 못지않을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주었다는 등 그의 청렴함을 증거해주는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이뿐 아니라, 널리 알려진 미담도 여럿이다. 집안의 두 하녀가 다투다가 황희에게 하소연을 하자 각각에게 "네가 옳다"고 했더니만 지켜보던 부인이 두 사람이 서로 반대 이야기를 하는데 둘 다 옳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핀잔하자 "부인 말도 옳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그중 하나다. 무로 일어난 조선이 건국 초기 '왕자의 난' 등을 딛고 500년 문의 왕국으로 기반을 닦는 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황희의 이 같은 포용력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정치력이나 행정력은 어땠는지 여기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청백리'란 황희 정승의 이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세종실록』에 황희 관련 스캔들이 다수 등장하는 탓이다.

세종 12년(1430) 11월 기록에는 제주감목관 태석균이 감목을 잘못하여 국마 1,000여 필이 죽었다. 처벌을 받게 된 태석균은 좌의정 황희에게 구명운동을 펼친 끝에, 황희가 죄를 처결하기도 전에 태석균의 고신(告身)에 서명토록 압력을 넣고 형량도 솜방망이 수준인 장 1백 대로 마무리지었다.

이에 사헌부가 들고 일어나 황희의 파면을 주장하자 세종은 황희가 법을 굽히려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라 속히 처결하려 했던 것이라며 두둔했다.

이 밖에도 황희는 수차례 뇌물사건에 연루되었고, 사위 서달의 살인사건을 무마하거나 아들 황보신이 절도 행각을 저지르는 등 제가(齊家)에도 허점을 보였다. 실록에 의하면 황희의 별명은 '청백리 재상'이 아니라 '황금 대사헌'이니 요즘 말로 하면 '황금 검찰총장'이다.

"정권을 잡은 여러 해 동안에 매관매직하고 형옥을 팔아 뇌물을 받았으나, 그가 사람들과 더불어 일을 의논하거나 혹은 고문에 대답하는 등과 같을 때에는 언사가 온화하고 단아하며, 의논하는 것이 다 사리에 맞아서 조금도 틀리거나 잘못됨이 없으므로 임금에게 무겁게 보인 것이다." 실록에 실린 사관의 냉정한 평가다.

이는 한국사의 허구를 짚은 『한국을 속인 거짓말』(이종호 지음, 사닥다리)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실록을 근거로 했으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황희 정승을 둘러싼 '신화'가 깨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결국 공직 인사란 '능력'과 '도덕성' 사이의 영원한 선택 문제란 점을 일깨우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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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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