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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올림픽 야구' 지속가능할까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올림픽 야구' 지속가능할까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6.30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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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후 끊겼다가 일본이 주최국 지위활용 살려내
이번엔 6개 팀 참가하고 조별리그서 이상한 토너먼트 만들어 눈살
2개 조로 나눠 조 3위도 금메달 겨냥 가능하게 만드는 등 대진표 텃세
도쿄올림픽 개최국 지정 종목에 야구가 포함되었다. 사진,자료=도쿄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경기대회조직위원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이 결국 열린다. 개막일(7월 23일)까지 고작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이제 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막상 개막하면 열광할 수도 있으나 이번처럼 찜찜한 올림픽은 내 생애 처음인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올림픽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라디오 생중계를 들으며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TV 중계는 꿈도 못 꿀 시절이었다. 당시 복싱의 지용주 선수가 결승에 올라 한국의 첫 금메달에 도전했다. 현지에서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줄곧 우리 지용주 선수가 상대 선수를 흠씬 두들겨 패고 있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판정패. 아나운서는 "명백한 편파 판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나 역시 매우 억울해했다.

나중에 우연히 TV로 그 경기 장면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애국심이 투철한 아나운서의 '편파 중계'였음을 알게 됐다.

개막 자체가 찜찜한 도쿄올림픽인데 야구를 보면 더 답답해진다. 한국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는 올림픽에서 퇴출당했다. 야구를 하는 나라가 워낙 적어 올림픽 종목으로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번에 부활했다. 일본이 개최국 지정 종목으로 야구를 넣은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인 한국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의 온갖 꼼수가 드러난다. 우선 출전 선수 수를 144명으로 제한했다. 베이징올림픽보다 2개 팀이 줄어든 6개 팀만 출전한다. 한국, 일본, 미국,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이 출전하고, 야구 강국인 쿠바와 대만이 빠졌다.

베이징 때는 8개 팀이 풀리그를 거쳐서 1-4위, 2-3위가 준결승을 치렀는데 도쿄는 6개 팀을 2개 조로 나눴다.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 도입됐다.

조 1위끼리, 조 2위끼리, 조 3위끼리 맞붙고, 여기에 패자부활전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조 3위를 해도 토너먼트에서 전승하면 금메달이 가능하고, 중간에 한 번 져도 금메달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개최국 일본의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꼼수다.

한국 상황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군 문제다. 징병제인 한국은 국위를 선양한 남자 체육인에 대해 포상금과 함께 병역 혜택을 준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이면 군 면제 혜택을 받는다. 한국 남성에게 군 문제는 매우 민감하지만 메달을 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기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야구 잘하는 나라는 딱 정해져 있고, 현역 메이저리거는 나오지 않기에 올림픽 3위가 다른 종목보다 훨씬 수월하다. 따라서 미필 선수의 경우 대표팀에 뽑히는 것 자체가 병역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문제다.

이번 도쿄올림픽 대표선수 24명 중 미필 선수는 6명뿐이다. 베이징 때의 14명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아시안게임 때 워낙 시끄러웠기에 이번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하기야 한 선수가 7개의 금메달을 따기도 하는 수영에 비하면 야구는 양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초 종목이긴 해도 수영이나 육상의 종목 조정, 또는 한 선수의 중복 출전 제한 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야구의 찜찜함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일본은 원하는 대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한국의 2연속 금메달은 가능할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야구는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퇴출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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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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