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한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중 1,500억 원 상당이 사회에 기부된다.
재계에 따르면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최근 유족들은 고인의 주식 유산 1,500억 원 상당을 소리박물관(음향기기 전문 박물관) 건립비와 민족사관고등학교 장학금 등으로 기부키로 했다.
이와 관련, 고인의 KCC 지분 3%(시가 800억 원 상당)와 현대중공업 주식 등 1,400억 원 상당이 소리박물관 건립비로 기부된다. 소리박물관은 고인의 장남 정몽열 KCC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전문화재단이 추진해온 사업이다.
정 회장이 2019년 설립한 이 재단은 시민사회의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문화예술 보급 및 개발사업 등을 벌여왔다. 재단은 2023년 준공 목표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소리박물관을 짓고 있으며, 정 회장은 오디오 수집가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도 소리박물관 건립을 위해 토지(서초구 내곡동)와 소장품 등 500억 원 상당을 별도로 기부했다.
유족들은 또 민족사관고등학교 장학금과 교육환경 개선 용도로 현대중공업 주식 100억 원 상당을 기부키로 했다. 정 명예회장은 용산고, 동국대 법대 출신으로 생전에 후학들을 위해 여러 차례 재산을 기부했다. 장학사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인력과 노벨상 수상자 배출 등을 꿈꾸기도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일곱(6남 1녀) 형제자매 중 막내였다. 22세 때인 1958년 맏형 정주영 회장의 유학 권유를 뿌리치고 직원 7명으로 건자재회사인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했다. 이후 60년 동안 경영일선을 지키며 건자재 전문 KCC그룹을 재계 30대 기업군으로 키워냈다.
그가 평소 제일 듣기 싫어했던 말이 "정주영 형님 덕에 KCC그룹을 일구었다"였다.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기업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도료, 유리, 창호, 바닥재, 내외장재, 보온단열재, 접착제, 실리콘 등 건자재 사업에 올인했다. 사업 초창기 슬레이트, 도료, 유리 사업 등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벽산, 한국유리, 노루표페인트, 삼화페인트 등과 벌인 불꽃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현재 KCC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2세 3형제가 분할 경영하고 있다. KCC는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 회장이, KCC건설은 막내 정몽열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재계에선 정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가의 소위 '왕자의 난'을 교훈 삼아 2세 경영 승계 작업에 미리미리 손써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얘기가 많다. 그는 막내였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작고할 때까지 가솔이 많은 범현대가의 사실상 최고 어른 역할을 맡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