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전문가보다 공직 기강 바로 잡고 내부개혁에 방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임 사장에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임명됐다. LH 사장 자리는 변창흠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뒤 4개월 넘게 비어 있었다.
변 전 사장 퇴임 직후 L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달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토부가 임추위에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해 임명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가 확산되자 청와대와 국토부는 기존에 검토하던 후보들로는 사태 수습이 어렵다고 보고 강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물색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시점에서 LH에 필요한 리더십은 부동산·주택 분야 전문가보다 공직 기강을 확립하고 개혁을 이뤄낼 인물이라고 본 것이다.
김현준 신임 사장은 2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사장 후보자로 의결해 국토부장관 직무대행의 임명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장을 역임했다.
LH는 김 사장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 LH 기능 조정 및 조직 쇄신 등 시급한 경영현안 해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LH 직원의 3기 신도시 등 투기 의혹 상황에서 취임하는 김 사장은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 신고·등록 및 검증 시스템 구축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2·4 공급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해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와 부동산 투기 근절, 실수요자 보호 등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LH의 기능 조정과 관련해서도 김 사장은 조직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 투기 등 불법행위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LH를 주택공급 등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의 토지 공급과 신도시 조성 등 토지개발, 도시개발 등 핵심 기능은 남겨두고 주거복지나 주택 건설 등 다른 기능이 분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