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서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타이틀에 걸맞는 그의 활약상에 팬들 관심 집중
프로야구가 4월3일 개막했다. 야구팬이라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올해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가에 가장 관심이 많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도 있다. 신인 선수들, 새 외국인 선수들, 그리고 이적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 관심이다.
올해는 추신수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하자마자 연고 팀인 롯데의 구애를 뿌리치고 미국으로 진출했다.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뛴 베테랑.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47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18홈런으로 아시아 선수 1위, 통산 1,671안타로 이치로에 이어 2위다. 시즌 평균 14홈런, 104안타 정도다. 이 기록보다는 세 차례나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2018년에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힌 게 더 대단하다.
이런 추신수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는 게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한국인 메이저리그 1호인 박찬호가 복귀할 때와 비슷하다.
두 선수는 여러 가지로 닮았다. 모두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갔다. 박찬호는 한양대 3학년 때인 만 21세에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그리고 15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둘 다 한국나이로 불혹인 만 39세에 컴백했다는 사실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다른 점도 많다. 박찬호가 돌아올 때는 '끝물'이었다. 2012년에 그냥 은퇴해도 됐지만 박찬호 자신이 '은퇴는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연고 팀인 한화에서 한 시즌을 뛰고 은퇴했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최저 연봉인 2,400만 원에 계약하고, 6억 원을 유소년 야구발전기금에 기부했다. 총 22게임에 나와서 5승9패의 초라한(?) 성적이었으나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만으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다르다. 그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의 정용진 회장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국내 최고 연봉인 27억 원에 영입했다. 물론 추신수 입장에서 27억 원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최고'가 주는 무게감이 있다. 신생팀 SSG 랜더스의 얼굴은 물론 그에 맞는 성적도 기대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박찬호는 고향 팀 한화였기에 홈 팬들은 그가 던지는 모습만 봐도 환호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롯데가 아니라 인천이 연고인 신세계 소속이다. 롯데에서 뛴다면 약간 부진하더라도 홈 팬들이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지만 인천 팬들이 그럴 리 없다.
추신수 본인도 그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루 능력도 떨어졌고, 수비도 뛰어나지 않다. 지난해는 손가락 부상까지 겹쳐 타격도 부진했다. 이제는 국내 프로야구 수준이 메이저리그와 비교해서 형편없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추신수가 한국에서도 잘 했으면 좋겠다. 메이저리그에 발만 살짝 담갔다 온 김현수, 이대호 보다는 잘 했으면 좋겠다. 타자로서 메이저리그 정상급이었던 선수의 실력을 국내 팬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나이는 핑계가 될 수 없다.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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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 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