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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65)한국 최초의 컴퓨터 도입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65)한국 최초의 컴퓨터 도입
  • 김정수 전 중앙일보 경제 대기자
  • econopal@hotmail.com
  • 승인 2021.06.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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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 과학화 '위해 온갖 반대 무릎쓰고 ' IBM 1401 ' 들여와
통계국 직원 450명 모두 동원해도 14년 반 걸리는 인구분석, 컴퓨터 쓰면 '1년 반'
2017년'전자정부를 빛낸 인물 30선' 중 한 사람으로 김학렬 뽑아 그의 결단 기려
총량 모형은 메릴랜드대 아델만교수에 맡겨…미국과 세계은행 공인받는데 기여
1차경제개발은 美 눈밖에 난 '기형아'였지만 2차계획은 미국의 전방위 지원 받아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군사정권의 '소원 목록'이었다면, 2차 계획은 본격적인 '계획'이었다. 주먹구구와 과학 간의 차이라 할까, 두 계획 사이에는 접근 방식과 수준 등 여러 가지 점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었다.

2차 계획 수립 팀이 특히 신경을 썼던 것은 계획의 실행 가능성과 관련 정책 수단 및 부문 간 정합성 두 가지였다.

2차 계획 수립은 1차 계획이 아무 준비도 없이 서둘러 과욕을 부린 탓에 훗날 수정하고 늦추고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반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준비 기간부터 그랬다.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2차 5개년 계획(1967~1971년)의 첫해를 2년도 넘게 앞둔 시점에서 계획 수립이 시작되었다.

1967년 경제기획원 통계국이 우리나라 첫 컴퓨터(IBM)를 도입했다. 당시 전산실 모습이다.사진=한국IBM.
1967년 경제기획원 통계국이 우리나라 첫 컴퓨터(IBM)를 도입했다. 당시 전산실 모습이다.사진=한국IBM.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던 1차 계획은 한편으로 경제 분석의 틀을 만들어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인재들이 모여 있던 한국은행 조사부와 부흥부 기획국 출신 인사들을 총동원하였기에 수립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2차 계획은 처음부터 분석의 틀과 경제개발 모델 구축에 관해 세계 석학을 포함,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 주축인 총량 모형은 메릴랜드대 교수로서 세계은행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던 아델만(Irma Adelman) 교수의 것이었다. 세계 석학들의 조언은 훗날 미국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계획의 타당성을 '공인(公認)'받는 데 크게 일조했다.

2차 5개년 계획이 주먹구구에서 과학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은 컴퓨터(당시는 전자계산기라고 불렀다)의 도입이었다. 남보다 앞서가야 하고 또 정확해야 하는 쓰루와, 통계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전망이 가능한 컴퓨터는 서로를 위해서 태어난 듯했다. 당시 그가 정부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기획원 '슈퍼 차관'이었다는 것 또한 한국 경제정책의 선진화와 과학화에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한국 최초의 컴퓨터 도입에 필이 꽂힌 쓰루는 스스로 도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다. 정부 행정 서비스에 컴퓨터를 도입하면 국가 기밀이 누출될 수 있다는 둥 지금 들으면 절로 웃게 되는 비판을 억누르고, 그는 기종 선정 등에 개입하면서 컴퓨터 도입을 밀어붙였다. 이 컴퓨터 한대가 우리나라를 IT 선진국의 마중물이 될 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진은 박정희대통령(오른쪽)과 김학렬차관(가운데)이 첫 도입된 IBM을 보면서 신기해 하는 모습/한국IBM.
한국 최초의 컴퓨터 도입에 필이 꽂힌 쓰루는 스스로 도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다. 정부 행정 서비스에 컴퓨터를 도입하면 국가 기밀이 누출될 수 있다는 둥 지금 들으면 절로 웃게 되는 비판을 억누르고, 그는 기종 선정 등에 개입하면서 컴퓨터 도입을 밀어붙였다. 이 컴퓨터 한대가 우리나라 IT 선진국의 마중물이 될 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진은 박정희대통령(오른쪽)과 김학렬차관(가운데)이 첫 도입된 IBM을 보면서 신기해 하는 모습/한국IBM.

2차 5개년 계획의 기본 골격을 갖추는 데에 필수적인 통계가 인구센서스였다. 인구센서스를 통해 인구 및 주택 상황을 파악해야 적확한 경제 분석과 계획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6년에 실시할 계획인 인구센서스 분석을 통계국 직원 450명이 수작업으로 하면 14년 반이 걸리는데, 컴퓨터를 쓰면 1년 반이면 충분하다는 추산이었다.

쓰루의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컴퓨터 도입에 필이 꽂힌 쓰루는 스스로 도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다. 정부 행정 서비스에 컴퓨터를 도입하면 국가 기밀이 누출될 수 있다는 둥 지금 들으면 절로 웃게 되는 비판을 억누르고, 그는 기종 선정 등에 개입하면서 컴퓨터 도입을 밀어붙였다.

1967년 6월 24일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지금의 통계청)에서 '한국 도입 1호' IBM 1401 가동식이 열렸다. 그날 식전의 스포트라이트는 그토록 컴퓨터 도입을 위해 애쓴 쓰루가 아니라 부총리 왕초를 비추고 있었다. 그는 재무장관을 거쳐 경제수석으로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컴퓨터 시대의 개막, 특히 행정 서비스의 전산화에 대한 그의 기여가 역사의 그늘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죽은 지 45년이 되던 2017년 10월, 후세들은 '전 기획원 차관 김학렬'을 '정부 최초의 컴퓨터 도입, 국내 최초로 행정 업무 정보화'를 이유로 '전자정부를 빛낸 인물 30선' 중의 한 사람으로 뽑아 그의 기여를 기렸다.

2차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립하고 순조롭게 집행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긴밀한 한미 협력관계의 복원이었다. 미국이 군사정권의 정당성(legitimacy)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마련된 1차 계획은 출범부터 이미 한계가 있는 일종의 '기형아'였다. 1차 계획 추진에 소요되는 투자 재원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 지원은 제로였다.

최대 원조 및 경제 협력국 미국이 정당성을 공인한 정권이 수립하는 2차 계획은 그런 태생적 한계가 없는 '정상아'였다. 미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부추김을 받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는 계획 수립과 관련된 기술적 원조(해외 전문가들을 동원해 계획을 수립하는 비용을 원조해주는 것)에서부터 집행 단계의 차관 제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했다.

한미 관계의 근원적 복원은 대통령과 장관 등 '윗선'의 몫이었고, 미국 정부와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은 실무 총책 쓰루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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