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현대중 회장의 최측근… 홍보맨 출신으론 드물게 제조업체 두루 맡아 '화합경영' 두각
지난 3월 8일 국내 경제계에 대형이슈가 터졌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는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조선산업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을 인수, 합병한다’ 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단일 조선업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조선업계에 관심을 모은 빅뉴스였다.
요즘 거제시와 국회앞이 시끄럽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서 거제시민들이 지역경제가 휘청거린다며 매각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거제시 경제 비중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합병되면서 거제시민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 세기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 엔지니어도 아니다. 외국어대 포루투갈어과를 졸업한 홍보맨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이전에 홍보맨 출신이 CEO를 맡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거의 비제조 업체가 많았다. 포스코 출신 이대공씨는 포스코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었고 현대차 출신 고 김판곤씨는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을, 역시 현대차 출신 최한영씨는 상용차 해외판매법인 대표를 잠깐 맡은 적이 있다.홍보맨 출신으로 현대중공업 같은 중후장대 제조업 수장에 오른 건 권오갑 부회장이 처음이다.
그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오너의 복심으로 통한다. 측근 중 최측근이기도 하다. 오늘날 권부회장이 이 자리에 오르기 까지 정몽준회장과의 인연이 화제다. 1951년 생인 그는 외대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문과 출신들이 주로 배치되는 홍보실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정몽준회장에 눈에 띄었다. 아마도 일찌감치 정회장의 심복중 심복으로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축구협회장을 오래 지낸 정몽준회장과의 인연은 축구로 이어지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현대중공업에서 런던 사무소 외자구매부장 , 서울사무소 전무를 거쳐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 대표를 지냈다. 현대중공업이 아부다비 국제석유투자회사로부터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역임했다. 조선업이 악화되면서 현대중공업이 사상최대 영업손실을 내자 2016년 말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 정상화의 과제를 떠맡은 것이다. 그는 2017년 11월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다.
권오갑 부회장은 책임감이 강하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리더라는 평가를 듣는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최측근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권 부회장은 지난 3월 22일 ‘대구 로봇산업 육성 전략보고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의 강자다.
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세계 1위의 입지를 굳건하게 한 것을 축하드린다”면서 “대우해양조선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문제로 걱정하고 있으니 고용안전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권오갑 대표이사는 이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 며 노사화합을 거듭 강조 답했다. 세계 최대 조선소 수장에 오른 권오갑 대표 앞길에 난제도 많다. 두 회사의 업무 영역 조정, 경쟁력확보 방안은 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 할 큰 짐을 지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