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서"CEO 바꿀 적기라고 판단"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곳곳에서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뛰어넘는 '깜짝 은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베이조스는 3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올해 3분기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으로 이동하고,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가 아마존의 후임 CEO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지금 최고로 혁신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CEO를 바꿀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커진데다 연말 쇼핑시즌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56억달러 매출에 69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매출 3861억달러, 영업이익 229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성공의 근원은 발명"이라며 "우리는 미친 짓을 함께 해 빠른 배송,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일상으로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놀라운 혁신을 한 뒤 수년이 지나면 새로운 것은 평범해지고, 이때 사람들이 내는 하품 소리가 혁신가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조스의 삶은 변화와 혁신의 연속이었다. 그는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뒤 뉴욕 월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온라인 유통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헤지펀드인 디이쇼를 그만두고, 1994년 시애틀의 차고에서 아마존을 창업했다.
아마존은 전자책 사업으로 출발해 신속한 무료 배송을 앞세워 온라인쇼핑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음성 지원이 가능한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했다.
아마존의 전체 임직원은 130만명, 하나의 국가처럼 성장했다. 2일 기준 아마존의 주식 시가총액은 1조7000억달러,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에 대입하면 9위권이다. 우리나라 전체 GDP보다 1000억달러 넘게 많다.
오는 3분기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는 베이조스는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경영 참여 임원(executive)'이라는 명칭을 고려할 때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조스는 다른 신규 사업과 자선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메일에서 "(이번 발표는) 은퇴를 말하는 게 아니다"며 "신제품을 비롯해 아마존데이원펀드와 베이조스어스펀드,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데이원펀드는 2018년 노숙인을 돕고 저소득층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펀드다. 베이조스어스펀드는 지난해 베이조스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조성한 100억달러 규모 기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이 2013년 인수한 미국 유력 신문이다.
시장은 베이조스가 우주사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본다. 베이조스는 2000년 우주탐사 전문기업인 블루오리진을 세우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보다 먼저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8년 총 3236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우주탐사의 핵심 하드웨어인 고객 터미널용 안테나 개발에 성공했다. 2024년까지 달 착륙을 이뤄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4월 첫 번째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