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봉 30억원을 임직원과 나누는 방향 모색
최근 SK하이닉스 사내에서 지난해분 성과급을 두고 불만이 제기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지난해 연봉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받은 연봉을 반납해 SK하이닉스 임직원들에게 나눔으로써 논란을 종식하고 사기를 북돋우겠다는 뜻이다.
최태원 회장의 연봉 반납 발언은 1일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나왔다. M16 공장에는 SK하이닉스 최초로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도입된다.
EUV 공정은 반도체 포토 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 길이가 짧아(10분의 1 미만) 반도체에 미세회로 패턴을 구현할 때 유리하고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1월 M16 공장 건설에 착수해 총 3조5천억원, 연인원 334만명을 투입해 25개월 만에 준공했다. D램 제품을 주로 생산할 M16은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중 최대 규모다.
건축면적이 5만7천㎡로 축구장 8개 크기다. 길이 336m, 폭 163m, 높이는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로 조성됐다. M16에는 올해 EUV 장비 2대가 설치되고, 하반기부터 4세대 10나노급(1a) D램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M16 팹에 대한 축사를 한 뒤 최근 사내에서 성과급 관련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최 회장은 "PS(초과이익배분금) 문제를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고심했다"며 "지난해 제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어 "PS 문제에 대해 더욱 공감과 소통이 필요했다"며 "(연봉 반납이) 문제가 잘 해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019년 기준 SK하이닉스로부터 연봉 30억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반기 기준으로 17억5천만원을 받았다. 따라서 회사에 반납할 지난해 연봉도 30억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연봉의 20% 수준으로 초과이익배분금(PS) 명목의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지했다. PS는 전년 실적이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할 때 주는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초에는 PS를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기본급의 400%에 해당하는 미래 성장 특별 기여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PS가 연봉의 20% 수준이라고 발표되자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전년 PS를 건너뛰었고, 지난해에는 회사 실적이 좋았는데 액수가 너무 적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절반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행사에서 SK하이닉스 노조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반납하는 연봉을 취지에 맞게 어떻게 사용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임직원이 2만8천여명으로 30억원을 임직원에게 나눠 줄 경우 1인당 수령 금액이 유의미하지 않아 사내 복지기금 등 다른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