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발전에 탈락하면 ' 다음 4년 ' 실력 유지 어려워
88올림픽때 대표 양보한 윤현은 끝내 '올림픽 꿈' 접어
도쿄 올림픽 또 연기하거나 건너뛰면 선수생명 치명타
스포츠 세계에서는 짝수 해와 홀수 해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대회가 모두 짝수 해에 열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계 올림픽이 2020년에 열렸다면 월드컵과 동계 올림픽은 2022년에 개막하는 식이다. 4년마다 열리는 하계 아시안게임도 동계 올림픽과 같은 해에 치른다.
홀수 해는 쉬는 해다. 예선을 치르거나 국내 경기에 집중한다.
그런데 코로나가 이런 규칙마저 바꿔놓았다. 2020년에 치렀어야 할 도쿄 올림픽이 2021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홀수 해에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 됐다. 그런데 연 초부터 일본에서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연기된 올림픽조차 열릴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일본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45%가 "도쿄 올림픽 개막을 재연기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5%는 아예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80%가 올해 개막을 반대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해 7월에는 반드시 개막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 여론이 계속된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초조하고 답답하다. 프로 선수들은 상관이 없지만 아마추어 선수들, 특히 소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이 최대, 최고의 목표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4년을 땀 흘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선수는 올림픽에 모든 일정과 컨디션을 맞춘다. 올림픽 기간에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훈련 일정을 짠다.
그런데 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이번 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훈련해온 선수들이야말로 청천벽력이다.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기도 힘들고, 실력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올림픽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잡기 어렵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생각난다. 당시 유도 남자 60kg급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김재엽이 국내 선발전에서 윤현에게 졌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유치한 올림픽에서 최다 금메달을 노리던 대한체육회와 유도회에서 난리가 났다.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윤현에게 '양보'를 요구했고, 어떤 뒷거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양보'를 받아냈다. 김재엽(요즘은 jtbc의 예능프로 '뭉쳐야 찬다'에서 축구선수로 활약)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체육회든, 유도회든, 김재엽이든 오랫동안 욕을 먹을 일이었다.
문제는 윤현이었다. 운동선수에게 최고의 목표였던 올림픽 출전을 양보한 윤현은 결국 '다음 기회'를 잡지 못했고, 꿈은 사라져 버렸다. 4년 동안 최상의 실력을 유지하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하계 올림픽이 취소된 것은 전쟁 중이던 1916년, 1940년, 1944년 등 세 차례뿐이었다.
비록 1년 연기는 됐지만 코로나 상황이 개선돼 도쿄 올림픽이 꼭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제2, 제3의 윤현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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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