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 돕고 독거 노인에 3개월간 40여만 끼니 제공
최태원 SK회장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해보자"며 제안
SK가 코로나19 재확산 속 무료 급식이 중단되며 끼니를 거르는 취약계층의 결식 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역 내 영세한 식당에 도시락을 주문해 매출을 늘리는 한편 이 도시락을 복지시설 운영 중단으로 식사가 어려워진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상생 모델이다.
SK는 취약계층과 영세 음식점을 함께 지원하는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SK가 지난 15년 동안 진행해온 '행복도시락' 사업을 활용해 기획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또한 150만 가구에 이르는 독거노인의 결식률은 24%다. 2019년 12월 1442개였던 공공기관 예산 지원 급식시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지난해 말 280개만 운영되고 있어 끼니 해결이 어려운 독거노인이 늘고 있다.
SK는 우선 향후 3개월을 긴급지원 기간으로 정해 독거노인 등에게 40여만 끼니를 제공하기로 했이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열지 않은 그룹 신년회 비용도 이 프로젝트 예산에 투입한다.
최태원 회장은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서신에서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너뜨린다"며 결식 문제를 언급한 뒤 "우리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SK는 이달부터 서울 중구 명동·회현동 중소 음식점에 도시락을 주문하고, 이 도시락을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에 공급하는 '소상공인 온기(溫氣) 배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SK는 도시락 비용 일체를 지원한다. 명동밥집을 통해 하루 500여 명의 노숙인과 결식 노인 에게 도시락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명동·회현동 1구역 상가연합, 골목상점 연합체인 남촌상인회, 지역 특색을 살린 요리 개발 등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요리인류도 함께 한다. 윤남순 남촌상인회장은 "소속 음식점 모두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50∼60% 줄어 막막했는데 도시락 공급으로 생계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는 이와 함께 경기도 성남 소재 '안나의 집'에 매일 도시락 200여개를 더 공급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한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 서신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안나의 집은 코로나로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도 꾸준히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 독거노인과 노숙인이 몰리며 최근 하루 500식에서 800식으로 급식 수량을 늘렸는데도 부족해 발길을 돌리는 독거노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며 지원 대상 시설과 규모, 기간을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이달 중 SK 관계사를 시작으로 사업장 주변 무료 급식소의 운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 코로나로 대면 배식을 중단한 급식소들이 도시락 배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급식 예산과 배송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도시락 설비가 미흡한 지역은 SK가 후원하는 '행복도시락 센터'와 연계해 지원하거나 인근 음식점에 도시락을 발주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행복도시락 협동조합은 현재 전국 29개 행복도시락 센터에서 연간 350만여개 도시락을 결식 어린이 등에게 배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