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마침내 보수적인 미국 주류 음악계를 상징하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후보로 올랐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4일(현지 시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로 지명했다.
방탄소년단은 막강한 팬덤, 새로운 세대 및 시대상과 공명하는 감성을 바탕으로 팝 시장 심장부에 빠르게 침투했다. 다양성과 혁신 압박을 받아온 그래미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심은 내년 1월 31일 개최되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수상자로 호명될지 여부다.
지난해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앨범을 히트시킨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후보에서 제외되자 팬들과 음악계 내부 비판이 거셌다. 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그래미는 늘 그렇듯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주류 팝 시장에서 더 강력한 성과를 냈다.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주류 팝 음악계도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을 키워왔다. 지난해 시상자로 참석한 데 이어 올해는 래퍼 릴 나스 엑스,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즈' 합동 무대를 펼쳤다.
그래미 후보 지명은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즉 미국 주류 음악계가 방탄소년단의 위상을 인정했다는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제스처로 풀이된다. 그래미는 업계 동료들이 음악성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서구에서 '상품'으로 폄하돼온 K팝이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방탄소년단이 후보 지명을 넘어 실제 그래미 트로피를 받으면 한국 대중음악은 물론 그래미 역사 자체에도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다이너마이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탄소년단 특유의 즐거운 에너지와 복고적 디스코 사운드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건네며 사랑을 받았다. 다만,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 경쟁 후보들이 쟁쟁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래미의 보수성도 여전하다. 설령 이번에 그래미상을 수상하지 못해도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