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첫 FTA…"완성차 등은 양허대상서 제외"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가국들이 15일 서명함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길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아세안 시장에서 자동차부품, 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기계, 생활소비재의 관세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 협정 참가국 정상들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RCEP 정상회의 및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는 세계 최대 '메가 FTA'가 출범한 것으로 협정 참가국 간에 관세 문턱을 낮추고 체계적인 무역·투자 시스템으로 교역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RCEP 참가국의 무역규모, 인구,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안전벨트, 에어백, 휠 등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부품에 최대 40% 관세를 매기던 것을 없앴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완성차 공장을 건설 중인 가운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우리 부품업체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완성차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화물자동차나 일부 소형차에 대해 관세를 없앴다.
철강 업종에선 봉강, 형강 등 철강 제품(관세율 5%)과 철강관(20%), 도금 강판(10%)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RCEP 지역은 우리나라 철강 교역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대 RCEP 수출은 129억달러로 전 세계 수출의 47.8%를 차지했다. 수입은 120억 달러로 전체의 81.8%였다.
합성수지, 플라스틱관, 타이어 등 석유화학과 볼베어링, 기계부품, 섬유기계 등 기계업종에서도 관세를 추가로 없앴다. 전기·전자 제품 가운데는 일부 국가에서 최대 30%였던 냉장고와 세탁기, 최대 25%였던 냉방기에 대한 관세 문턱이 없어진다.
섬유 등 중소기업 품목과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망 품목도 추가 시장개방을 확보해 수출길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RCEP는 양자 협정은 아니지만, 한일 간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지닌다. RCEP에서 한일 양국 간 관세철폐 수준은 품목 수로는 83%로 동일하다. 수입액으로 보면 한국 76%, 일본 78%로 일본이 한국에 2%포인트 더 시장을 개방했다.
한국은 완성차, 기계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 품목도 10∼20년간 철폐하거나, 장기간 관세를 유지하다가 감축하기 시작하는 '비선형 관세 철폐' 방식으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우리가 육성해야 하는 소재·부품·장비 품목은 시장을 열지 않거나, 열어도 20년 이상 장기· 비선형방식으로 최대한 보호기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농수산물도 한·베트남, 한·중 FTA 등 기존 FTA 범위 내에서 품목을 개방해 현 개방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농·수산·임업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통상당국은 설명했다. 핵심 민감품목인 쌀,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배, 명태(냉동) 등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입액이 큰 바나나, 파인애플, 새우(냉동), 오징어(냉동), 돔(활어), 방어(활어) 등도 문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