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미로같은 통로 있어 '아수라' 등 영화촬영 장소로 더 유명…세입자와 상인들 지원
지은 지 54년 된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건물인 서울 서대문구 좌원상가아파트가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공공 임대주택과 상가,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새 빌딩으로 재건축된다. 국토교통부와 서대문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4일 좌원상가아파트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좌원상가아파트는 1966년 준공된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8644㎡ 규모로 상가 74실과 공동주택 150가구가 들어서 있다. 올 3월 정밀안전진단 결과 즉시 이주가 필요한 E등급 판정을 받았다.
건물이 노후되고 내부 공간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아수라' '무뢰한' 등 느와르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 주민 1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상가도 50곳이 운영 중이다.
좌원상가아파트는 정비가 시급한데도 낮은 사업성과 세입자 이주 문제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주민의 자력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서대문구는 좌원상가 정비를 도시재생 뉴딜 인정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LH를 사업 시행자로 참여시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 왔다.
도시재생 뉴딜 인정사업은 정식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아니지만 정부가 그와 비슷한 공익성을 인정하고 국비를 지원하는 점 단위 사업이다.
상가 건물은 지하 6층~지상 34층에 연면적 3만8034㎡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된다. 저층부(지하1층~지상2층)에는 37실 내외 공공임대상가와 체육시설 등 생활 SOC가 들어선다. 고층부(3~34층)에는 공공 임대주택 73가구와 분양주택 166가구가 공급된다.
총사업비는 930억원으로 정부는 이 중 50억원을 투입해 생활 SOC와 공공임대상가, 임시 이주상가 등의 건축비에 보탠다. 내년부터 본격 사업에 들어가 2022년 9월 착공해 2025년 준공할 계획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주택 세입자는 공공 임대주택에, 상가 세입자는 공공 임대상가에 입주해 재정착할 수 있다. 주택 세입자에게는 주거 이전비나 이사비 외에 주택도시기금 '안전주택 이주자금' 상품을 통해 전세금 대출도 지원한다. 전세 대출 지원은 1.3%의 저리로 가구당 2억원까지 가능하다. 상가 세입자들은 재건축이 끝날 때까지 인근 임시상가에서 영업을 이어간다.
국토부는 그동안 지자체와 함께 안전상 문제가 있는 건축물의 붕괴 위험을 막고 세입자의 내몰림을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도시재생 방식으로 위험 건축물 정비사업을 추진해왔다.
2017년 강원도 태백시 화광아파트(E등급)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11건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도시재생 인정사업을 새로 도입하면서 서울 영등포구 영진시장(E등급)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추진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영진시장 재생 사업은 연말부터 이주를 시작하고 내년 10월 철거 작업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