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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라임펀드의 미끼는 무엇일까
[김성희의 역사갈피] 라임펀드의 미끼는 무엇일까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0.10.1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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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뒤바꾼 20가지 스캔들』은 금융 사고가 바꾼 세상 조명
국채 사재기 행각 '듀어'사건, 역설적으로 뉴욕증거래소 탄생의 밑돌
ⓒ이코노텔링그래픽팀
금융사기범은 줄곧 규제를 앞서 갔다. 대표적인 것이 폰지(Ponzi)사기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는 일종의 다단계 판매 사기인 이 수법은 1920년 찰스 폰지가 개발한 것으로 지금도 여전히 쓰인다.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요즘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미끼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의 화려한 외양 뒤에는 어떤 검은 손길이 작용했을까.

이건 『세계 경제를 뒤바꾼 20가지 스캔들』(서돌)을 읽으면서 불현듯 든 생각이다. 이 책은 개인이 지은 것이 아니다.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미국의 최장수 비즈니스 잡지 『포춘』의 편집부가 1933년 이후 미국을 뒤흔든 주요 경제 사건들에 관한 기사를 정리, 개작한 것이다.

비교적 최근의 엔론 사건 등 다양한 유형의 대형 경제 사고를 소개하면서 편집자 측은 경제사고가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정리한다. "이러한 많은 스캔들은 단지 한 기업의 몰락과 그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의 피해라는 결과만을 낳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비즈니스 규칙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키고, 다양한 법률 제정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미국이 독립한 지 2년이 채 안 된 1792년에 금융사고가 터졌다. 미 정부가 독립전쟁 당시의 부채를 갚기 위해 연리 6퍼센트의 장기국채를 발행했는데 윌리엄 듀어라는 이가 투기를 위해 이를 매점하려 나섰다. 채권 가격이 급격히 추락했음에도 듀어는 계속 차입금을 끌어들였으나 결국 정부에 막대한 빚을 지고 성난 군중을 뒤로 하고 감옥에 들어가야 했다.

듀어 사건 후인 1792년 5월 24명의 주식 중개인과 상인들이 지금의 월스트리트 68번가 근처의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증권 거래에 표준 수수료를 적용하며, 증권 가격 조작 혐의가 확실한 사람은 증건 매매인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을 담은 '버튼우드 협정'을 체결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출범이었다.

하지만 금융사기범은 줄곧 규제를 앞서 갔다. 대표적인 것이 폰지(Ponzi)사기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는 일종의 다단계 판매 사기인 이 수법은 1920년 찰스 폰지가 개발한 것으로 지금도 여전히 쓰인다.

이 책 마지막에는 2008년 500억 달러라는 역사상 개인 최대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버나드 매도프 이야기가 실렸다. 이 사건에서 눈에 들어온 대목은 세 가지다. 매도프는 월스트리트의 스타였고, 화려한 인맥을 활용했으며 "솔깃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허황되지는 않은" 연 12퍼센트의 수익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라임·옵티머스 펀드는 무슨 '미끼'로 유혹했을까. 어떤 검은 손길이 거들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생긴 궁금증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금융시장은 서민들의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다소 과격한 생각이 든다. 실제 자본주의는 그렇게 해서 성장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생겨난 피해자들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그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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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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