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재확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주요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하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신용등급은 현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높은 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 9월 컨퍼런스콜 협의를 반영한 것이다. AA-는 상위 4번째 국가신용등급이다.
피치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완만한 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과제 하에서 양호한 대외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 재정 여력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치는 코로나19 확산이 한국의 경제성장과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코로나19 정책 대응을 통해 주요 선진국과 유사 등급(AA) 국가 대비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이 속한 AA등급 국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인 -7.1%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피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점과 한반도 긴장 상황은 등급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고령화로 인한 지출 압력을 감안할 때 높은 부채수준은 재정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투자지출의 생산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가계부채 상환능력과 은행 건전성은 현재 양호하지만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로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서 확장재정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치는 "4월 총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전략 수립이 쉬워졌다"며 "대통령 재임 기간 마지막 2년 동안 재정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남북관계에 대해서 지난 6개월간 외교적 노력은 답보 상태이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이 악화됐다고 평가하면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신용등급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의 네 번째 신용등급인 AA- 그룹에는 영국, 홍콩, 벨기에, 대만 등이 속해 있다. 최고등급인 AAA에는 독일, 싱가포르, 미국 등 10개국, 그 아래 등급인 AA+에는 핀란드 등 3개국, 그 다음인 AA등급에는 프랑스 등 5개국이 포진해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가 국가신용등급이나 전망을 하향한 사례는 올해 들어서만 107개국, 211건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갔고, 미국과 일본은 등급 전망이 최근 하향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