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에 있는 취호호수서 갈매기군무 본뒤 귀국길 올라
오랜 시간 강행군 때문이었을까. 간밤 설사로 고생하였다. 흡사 대장내시경검사를 위해 약제를 마시고 강제로 설사를 유도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었다.검사를 위한 관장은 예정된 것이고 약효가 사라지면 바로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반해 그냥 설사를 하게 되니 괴롭기도 하고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든다.
밤새 고생을 하고 아침에 식사를 거르고 호텔 인근의 약국으로 가서 지사제를 구입하였다.
호텔로 올라가 1회분 약을 먹었다. 환약으로 하루에 3회 1회에 6-8알을 먹도록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다. 한시간이 지나니 느낌이 온다. 아침도 안 먹은데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복통이 많이 가라앉았고 속도 편해졌고 화장실 가고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이제 바깥 나들이를 해도 별 어려움이 없겠다 싶어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은 맡겨두었다.
몇해전 쿤밍에서 세계원예박람회를 연 기억을 되살려 쿤밍원예박람원을 찾아갔다. 이곳 역시 A1노선버스로 연결된다. 입장료가 150위안이다. 큰 기대를 갖고 매표한 후 박람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상당한 실망감을 맛보았다. 이곳의 구경거리는 무료로 공개되는 일반 공원에 비해 전혀 더 나은 것이 없었다. 도대체 큰 금액의 입장료를 받으면서 뭘 보여주려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열대 수목이 잘 식재되어 있는 것도 다양한 꽃들이 펴있는 것도 아니었다. 공원의 구성도 짜임새가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 언잖은 기분을 안고 약 한시간만에 이곳을 나왔다. 이전 여행지였던 시수앙빤나 징홍의 열대화훼원과 너무 대조적이었다.
이곳을 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밥과 닭고기로 구성된 세트메뉴와 커피를 주문해 먹었으나 속이 다시 탈이 날지 몰라 커피는 좀 남겼다.
다시 버스를 타고 쿤밍의 중심지인 금마방에서 하차하였다.
이곳의 중심인 금벽광장과 정의로를 여유있게 아주 천천히 음미하듯 산책하고 도로 중간중간에 설치된 벤치에서 쿤밍의 밝고 따뜻한 풍광을 즐겼다.
이제 윈난여행을 종료할 시점에 지난 여정을 뒤돌아보면 단 하루도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없이 완벽하게 날씨가 맑았다는 점이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여행 종반에 들면서 그동안의 지속적인 다소 무리한 일정의 강행으로 몸에 좀 이상이 온 것이 문제였지만 전체적으로 여행은 아주 만족스럽다.
정의로의 벤치에서 휴식을 마치고 산책에 나서면서 조금 떨어진 취호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 앞의 가로수가 아주 인상적이다. 곧게 아주 높이 죽 뻗은 나무들. 공원에는 호수에 물반 갈매기반 정도로 갈매기떼가 거의 호면을 덮을 정도로 많다.
주변의 상인들이 갈매기의 먹이라며 빵덩이를 비닐봉지에 넣어 팔고 있다. 호변에서 이를 조금씩 떼내어 손바닥에 놓고 있으면 갈매기가 바로 날아와 정확하게 빵조각을 채간다.
이 빵조작을 허공에 던져 올리면 여러 갈매기들이 이를 차지하기 위해 강한 날갯짓으로 비상하고 목표물을 향해 달려드는 점이 아주 재미있게 보였다. 호변의 찻집 상호도 재미있다.
중국 전통양식의 건물과 격자창의 건물 외관에 觀鷗亭이란 간판이 붙어있다. 이 건물 간판을 보는 순간 서울 어느 지역명이 떠오른다. 갈매기를 바라보는 거나 갈매기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같은 것은 아니겠지만 갈매기에 대한 관심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갈매기란 바닷가에서 사는 새인 것으로 알았는데 이번 윈난여행을 통해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확실히 알았다. 지난 대리의 여행에서 넓은 얼하이 호수에서도 갈매기를 봤지만 오늘 취호에서 본 규모에 비하면 아주 적은 것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갈매기떼를 깊숙한 내륙 도심의 호수공원에서 본 것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고, 오전 세계원예박람원에서의 언잖은 기분을 상당히 완화시켜주었다.
취호공원을 나와 쿤밍의 중심지 정의로로 걸어와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버스로 호텔로 돌아갔다.
바로 맡겨 둔 짐을 찾아 택시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쿤밍 공항청사에서 바라본 쿤밍 외곽의 모습은 저녁 무렵이어서인지 대기가 온통 붉게 빛나고 있었고 아주 아름다웠다.
쿤밍의 먼 외곽은 육안으로 보기에 야트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곳 공항과의 사이는 광대한 평원이 펼쳐져 있어 여유로움과 상쾌함이 느껴진다. 계속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떠나는 여행객의 심정을 달래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수속을 마치고 북경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 일찍 와서 그랬는지 앞에서 3번째 통로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밤 11시 10분께 베이징수도공항에 착륙하고 바로 남방항공 트랜지트 업무를 담당하는 데스크를 찾았다. 내일 연결편으로 서울에 갈 승객인데 숙박이 제공되느냐고 묻자 된다는 답이 돌아온다.
짐을 찾은 후 시간이 좀 지난 후 다른 승객 2명과 함께 직원이 안내하는 중형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다. 이미 밤 12시가 넘었다. 어디로 가는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북경시내방향이 아닌 공항 인근의 외곽지역을 달리자 약간의 불빛이 보이는 건물이 나타난다.
이 버스를 탄 일행이 묵을 숙소이다. 간단한 절차로 방을 배정받았으나 마실 물이 없다. 로비로 내려와 문의하니 뒤편의 매장을 가리킨다. 한통에 4위안씩하는 생수 2통을 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항으로 가는 차편을 문의하니 9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바로 체크아웃하고 호텔에 묵을 때 맡겨둔 보증금 200위안을 되돌려받았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일단 큰 가방을 짐보관소에 맡겼다.
보관료가 30위안으로 최대 20시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짐을 맡기고 지하 1층의 식당가에 일본브랜드의 패스트푸드점인 요시노야로 갔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이 식당에 와서 쇠고기 닭고기 덮밥과 계란찜, 계란김탕, 3색 샐러드 등으로 아주 풍성한 아침을 먹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 장안가의 시단으로 이동하였다.
중국내 최대 규모의 서점으로 알려진 시단도서대하에서 4권의 책을 샀다. 시단에서 동단으로 이동한 후 왕푸징과 젠궈먼(建國門)일대를 산책하고 젠궈먼의 중국사회과학원 본부 건너편의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잔 하면서 지난 한달여의 윈난 여행을 머릿속으로 결산해본다.
큰 문제없이 여행이 잘 마무리됐고 아주 다양한 인문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어서 즐겁고 알찬 여행이었다는 자평을 하고 싶다. 이제 공항으로 이동해 서울행 항공편에 몸을 실으면 이번 여행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