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97)윈난의 민속촌

산세가 웅혼한 서산과 그 아래 넓게 펼쳐진 전지 호수 사이에 자리잡은 '명당'
나시족 등 25개 민족의 전통 마을 모습과 생활방식은 물론 종교습속 한 눈에
종족 관계없이 조상과 '영혼 교류'풍습…'종족 보전'이란 원초적 욕구 엿보여

윈난민족촌의 입구 모습. 담쟁이로 둘러싸인 입구 표지판 구조물이 그냥 콘크리트나 암석 등의 구조물에 비해서 더 부드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어나 좀 늦게 호텔식당에 올라갔더니 음식이 거의 바닥이 나 있다. 남은 음식을 좀 먹고 내려와 쿤밍시내 관광에 나섰다. 호텔을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A1노선버스를 탄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 버스의 종점인 윈난 민족촌이다.

이 버스는 2층버스로 이동 중에 거리조망을 하면서 편안히 목적지까지 갈수 있어서 쾌적하고 편했다. 멀리 우뚝 솟은 산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곧 종점임을 알아차렸다. 윈난민족촌의 북쪽 울타리라 할 수 있는 서산이 거의 직벽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였다. 우뚝 선 산세가 범상치 않다.

윈난민족촌의 초입에서 바라다 본 서산의 위용, 앞 호수는 유명한 전지호수이다. 서산의 봉우리들은 거의 백리가 이어져 있고, 이 산들의 해발고도는 1900-2350m에 이른다고 한다. 이 산은 위에서 내려다 보면 불타가 누운 것처럼 보여서 별칭이 와불산이라고도 한다. 전지 호수는 윈난에서 가장 큰 담수호로 넓이가 무려 2900여평방km에 이르는 거대한 넓이를 갖고 있어 호변에 많은 역사문화자원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윈난 민족촌은 산세가 웅혼한 서산과 그 아래 넓게 펼쳐진 전지 호수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입지가 아주 좋다. 이곳 윈난 민족촌의 입장료는 90위안이었다.

25개 민족의 전통주택과 마을을 다 둘러보는 것이 상당히 고된 일일 것이나 이곳을 샅샅이 모두 둘러본다는 각오를 다지고 민족촌을 들어섰다.

윈난 민족촌은 쿤밍시 남쪽 교외지역인 전지호수의 호반에 자리잡고 있고 전체 면적은 89헥타아르에 달하며 운남의 25개 소수민족의 문화 풍정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이족, 바이족, 이족, 나시족, 장족, 하니족 먀오족 등 모두 25개 소수민족의 마을과 민족광장, 운남민족박물관 등이 조성되어 있다. 각각의 민족촌을 걸어가면 각기 다른 민족의 마을 모습과 다양한 건축양식, 생활방식과 종교습속을 엿볼 수 있다.

소수민족 주거에서 보는 하나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청소년의 방과는 달리 집안의 어른인 노년이 거주하는 공간에 이처럼 실내 화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의 표현이자신체생리적으로 청소년에 비해 더 추위를 타는 노년에 대한 배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민족촌은 호변에 위치해 있어 각 마을이 전지 호수의 물과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었고, 마을 사이에는 수목들이 짙은 녹음을 형성하여 민족마을을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단순히 건축물만 들어선 것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10시반 쯤 시작된 민족촌 참관은 오후 4시반이 되어서야 거의 끝이 났다. 몇몇 주요한 소수민족의 민족촌을 둘러보고 나니 모든 민족촌이 두드러진 자신만의 특성을 찾기는 어려웠고 상당한 부분은 엇비슷해 보였다.

여러 민족의 주거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집안에서 어른들의 방에는 화로가 설치되어 있는 데 반해 젊은이나 어린이의 방에는 그런 화로가 없었다는 점이다. 경로사상의 표현일수도 있겠고, 노년과 청장년의 체력적인 차이에 대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족촌을 둘러본 후의 가장 큰 인상은 우리의 삶에서 생존의 문제, 즉 먹는 문제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형태의 주거는 보여주었다.

하니족의 山寨에는 이런 형태의 寨門(마을입구문)이 있다. 이 문을 하니족은 龍巴門이라고 부른다. 용파문은 바로 그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숭배를 상징하는 것으로, 채문은 정문과 좌우의 측문으로 구분된다. 문의 상부에는 木刀와 邪鬼를 쫓는 기물을 둔다. 하니족의 믿음에 의하면 이곳 채문의 안쪽은 신의 보우를 받아 언제나 평안하다고 여겨진다. 윈난 남쪽의 멍하이현과 란창현에 거주하는 하니족은 채문 바깥에 또 나무로 깎은 남녀 생식신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는 인구의 번성과 조상숭배의 오랜 유풍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그 다음으로는 死者와의 즉 조상과의 여러 갈래의 교류방식도 여행객의 관심을 끌었다. 귀신의 존재,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상정과 이에 대한 신앙과 믿음, 절대자에 대한 의지와 염원 등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을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이곳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생물로서의 인간의 생존과 이은 자기종족의 보존과 번성 그리고 사후세계와의 교감 등이 소수민족마을을 둘러보면서 갖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바람이자 욕구가 아닐까 싶었다.

그동안의 여독으로 몸은 피곤하였지만 유익한 참관이었다. 이곳 민족촌은 처음 윈난에 온 여행객들에게는 소수민족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유용한 관광지역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민족촌 내부는 기본적으로 웅혼한 서산 자락을 뒤로 이름 높은 전지 호수를 앞에 두는 등 입지조건이 뛰어나고 민족촌 내부의 조경이 아주 아름다워 어느 각도에서 셔트를 눌러도 아름다운 윈남의 풍광을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여행객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요소이다.

하니족의 日月광장. 전면에 보이는 탑은 전설 속의 하니족의 발상지에 있던 것으로 하니족의 탄생과 마을의 형성과 보존 그리고 민족의 이동과 계단논밭문화의 창조과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부조벽은 신화 속의 하니족의 경전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징물은 하니족의 통합과 정체성의 유지와 결속에 큰 역할을 한다.

이미 시간적으로 해가 저물 무렵이라 서산이나 전지호수를 둘러볼 수 없어 아쉬움을 안고 시내로 돌아와 가장 중심지인 금마방에 내렸다. 금마방은 쿤밍의 가장 중심지에 세워진 패방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벽계방을 마주 하고 있다.

이 패방은 높이가 12m이고 폭은 18m에 이른다. 동쪽에 금마산을 보고 있어 이곳의 이름을 금마방이라 명명하였고, 마찬가지로 서쪽은 벽계산이 위치해 패방을 벽계방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이들 패방은 명조 선덕 연간에 건축되어 이미 4백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원래 이들 금마, 벽계 패방은 몇 차례 병란으로 무너지고 중건했고 지난 문화대혁명 시기에 또 모두 파괴되었으나 1998년 현재 위치에 원래의 형상대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나시족의 상형문자인 동파문자 그리고 발음과 의미를 기록해 표구를 해두었다. 중국의 당왕조 시절 창제된 나시족의 상형문자인 동파문은 이미 그 역사가 천수백년에 이르고 모두 약 1400개 글자로 인간의 세밀한 감정과 인간사의 복잡한 사건 詩文의 창작에 아무 문제가 없는 모든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고 자료는 설명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 나시족의 동파문자만이 사용되고 있어 중국언어학계에서는 이 문자를 상형문자의 활화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가 질 녘 태양이 벽계방을 비추면 그 그림자가 길게 금바방으로 향해 늘어서고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밤이면 금마방에 비친 달빛 그림자가 벽계방으로 길게 늘어선 모습이 아름다운 패방과 함께 쿤밍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내일 밤 이곳 쿤밍을 떠나 베이징으로 이동하고 모레 베이징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면 한달여 윈난 여행은 종료된다. 내일은 아침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한후 짐을 맡겨놓고 쿤밍원예박람원을 들렀다 시간이 되면 윈난대학을 한번 둘러봐야겠다.

이코노텔링 홍원선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