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주 23째 부동산 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집값 전망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에 가깝게 치솟았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보다 주택 수요와 대출 억제에 치중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본 부정적 학습효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중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5로 집계됐다. 소비자동향조사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가격이 오르거나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낮으면 가격이 내리거나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25로 집계된 것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뿐만 아니라 그 상승세도 가파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해 12월 125를 기록한 뒤 7달 만에 다시 같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주택가격전망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집값 급등 분위기가 감지되자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1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116이었다. 2월과 3월에도 11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면서 4월과 5월에는 96으로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다시 집값이 오르리란 우려가 퍼지면서 6월 112로 급상승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 전망지수가 급등해 걱정스럽다.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 조사기간은 6월 10~17일로 6·13 대책의 영향이 일부 반영됐다. 7월 조사 기간은 7월 10일~17일로 7·10 대책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한은은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쏟아냈지만 실제 주택 거래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가격전망지수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기존 주택가격전망지수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가격전망지수 최고치는 2018년 9월 기록한 128이다.
연령별로 보면 40세 미만에서 129로 가장 높았다. 다른 연령대도 모두 121 이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전망에는 세대차이가 거의 없었다. 70세 이상에서도 127로 높았다.
집이 있든 없든 집값이 오르리라는 전망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기 집을 보유한 집단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4, 임차 등 자가가 없는 경우에도 126으로 집계됐다.
7월 주거비전망지수도 104로 올 1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거비는 전세, 월세 등 주거에 드는 비용 전반을 통합해 묻는 것으로 6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1월 105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전세와 월세가 오를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