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700쌍 주례·수백명 보증 사연 알려지며 약방 유명세
63년 동안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봐온 충북 괴산군 칠성면 소재 '청인(淸仁)약방'이 관광자원으로 변신한다. 괴산군은 청인약방 주인 신종철(88)씨가 약방 건물(33.7㎡)과 부지 73㎡를 지난달 25일 군청에 기부했다고 13일 밝혔다.
괴산군은 함석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인 이 약방을 보존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약방 옆에는 수령 200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고인돌 유적도 있다.
괴산군은 "어르신은 약업사가 운영하던 약방이 시골에 있었다는 것을 후대에 알리기 원하셨다"며 "약방 보존을 위한 목적으로 옛날 의약품 상자, 일기, 서적도 함께 기부했다"고 밝혔다.
1932년 칠성면에서 태어난 신종철 옹이 약방을 연 것은 6․25 전쟁이 끝난 5년 뒤인 1958년의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청주에 거주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약방을 차린 신 옹은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청인'으로 상호를 지었다고 한다.
약방은 청인약점, 청인약포, 청인약방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주민 건강을 돌봐왔다. 동네 사랑방 역할도 했다. 신 옹은 지역에서 신망이 높았고, 마을 대소사를 자기 일처럼 챙겼다.
당시 글을 해독하지 못하는 문맹자가 많아 부고(訃告)장을 도맡아 썼다. 지역 출신 젊은이 등 1700쌍의 결혼식 주례도 섰다.
돈이 급한 주민들에게 차용증을 써 준 것도 부지기수였다. 수백 명의 보증을 섰는데 그 중 일부가 갚지 못한 빚 10억원을 40년에 걸쳐 대신 갚기도 했다. 신 옹의 사연은 지역신문 등 각종 매체에 소개됐고, 청인약방은 일약 칠성면의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