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하이성 탕구라산에서 발원한 난창강이 바로 '메콩강'
미얀마 등 5개국 거쳐 흘러 '동양의 다뉴브강'으로 불려
이제 여행이 종반전으로 접어든다. 아침에 일어난 후 속이 안 좋아 아침을 거르고 호텔을 나섰다.
어쩔 수 없이 수준 이하의 방에서 간밤을 보내서인지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터미널에서 오른 징홍행 버스는 바오산에서 이곳 쿤밍으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가 크고 편안했다.
어제와는 달리 간식 제공은 없었다. 9번 좌석으로 3번째 줄이었다. 앞줄에 앉은 대학생인 듯한 6명의 젊은 친구들이 제 안방인 양 큰 소리를 질러 가면서 떠들어댔고 그것도 지역 방언이라 잘 알아들을 수 없어 더 힘이 든다.
보통의 한국사람들이 중국인 단체여행객들을 만나면 그들의 소리가 아주 시끄럽다고 하는 말을 서울에서 자주 듣게 되는데 소리가 의미로 전달되지 않으니 소음으로 들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버스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주변의 산은 더욱 푸르럼을 더했고 수목도 온대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열대 수종으로 많이 바뀌면서 여행자의 기분도 많이 풀린다.
8시간 반 이상 걸려서 오후 5시 넘어 징홍터미날에 닿았다. 이는 예상시간보다 단지 30-40분 초과한 것으로 버스운행이 순조로웠다. 징홍에 닿기 약 2시간 전부터 산야는 완전히 남국의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고 수목과 전원의 풍광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전 내내 지독하게 진한 안개가 끼어 모든 차량들이 미등을 켜고 서행을 했고, 그 탓인지 날씨도 상당히 춥게 느껴졌다.
겨울용 등산용 바지와 등산용 파커를 걸쳤음에도 쌀쌀한 기운이 몸속을 파고 들었다. 추위와 그리고 젊은 학생들의 고함에 가까운 소리에 시달리다 오후가 되면서 주위를 강하게 내리누르던 안개가 걷히고 밝은 태양이 고개를 내밀면서 오그라들었던 몸도 좀 펴지기 시작했고 불편한 마음도 좀 풀어졌다.
막연한 동경을 품고 온 징홍은 마음 속에 그리던 그대로 약간은 환상적인 이미지로 여행자에게 다가온다. 버스터미널에 내리는 순간 이곳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겨울 여행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 가장 먼저 든 소감은 도시 전체가 공원 혹은 식물원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야자수가 가로수이고 간혹 다른 열대 수목이 심어져 있기도 했으나 터미널 부근의 도심지역은 열대 수목으로 거대한 숲의 터널을 이루고 있다.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수목이 하늘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짙게 우거져 있고 따뜻한 날씨는 장족이 사는 땅인 샹그릴라가 샹그릴라가 아니라 이곳이 진정한 샹그릴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중국의 열대지역이며 한족의 문화가 아닌 다이족의 남방불교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이곳 징홍에서는 지난 며칠간의 힘겨운 여정과 수일간의 부실한 호텔에서 묵은 것에 대한 보상도 받을 겸 좀 고급스런 호텔을 잡고 싶었다.
2번 시행착오를 거쳐 3번째 선택한 호텔은 만족스럽다. 호텔의 입지도 좋았고 호텔 내외부가 조용하고 쾌적하였고 객실도 깨끗하고 품격이 느껴진다.
일박에 380위안이다. 간단히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다. 거리가 온통 야자수와 열대수목으로 뒤덮여 하늘이 잘 안 보일 정도이다. 온대지역에서 온, 추운 겨울의 나라에서 온 여행객은 무엇보다 이들 야자수를 비롯한 열대 수목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까 싶다.
호텔 인근은 제법 수준있는 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다른 도시에서 그렇게 찾아도 잘 보이지 않던 후난(湖南)식당도 바로 눈에 들어온다.
쇠고기와 두부 그리고 호박과 부추볶음 요리를 주문하여 호사스럽게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시 중심가로 산책을 계속하여 어느덧 난창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난창강은 이곳 중국에서의 강이름이고 국경을 넘어 주로 베트남 등 동남아를 흘러 동중국해로 흘러나가는데 바로 메콩강이다. 난창강은 칭하이성 탕구라산에서 발원하여 중국경내를 지나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그리고 월남 사이공을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 드는 국제하천이다.
아시아지역에서는 3번째로 긴 강으로 양자강이나 황하와 같이 동류하는 게 아니고 대체적으로 북쪽에서 남류하는 하천으로 동양의 다뉴브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난창강변과 강을 가로질러 설치된 다리 중간까지 걷다가 되돌아와 시중심가로 향했다. 이곳 징홍의 주요 간선도로인 멍리대로와 다른 대로의 교차점에 제법 큰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 중간에는 스위스의 레만호의 분수를 모방한 듯한 분수가 서 있고 호수주변은 공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체육활동과 음악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공원이나 대로변에서는 저녁 일과가 끝나고 해가 저물면 주로 중년의 부인들을 중심으로 체조인지 무용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율동을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경쾌한 녹음기의 음악에 맞춰 중년부인들이 즐겁게 하는 운동을 보면 참 괜찮은 운동이자 취미활동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문화는 우리도 수입하면 좋겠다 싶은데... 아마 우리는 실내에서 유료로 이뤄지는 신체단련이 그것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호수공원 옆에는 시수앙빤나 다이족자치주정부와 인민대표대회 등 주요 국가기구가 자리잡고 있다. 호수의 풍광과 여유를 실컷 즐기고 멍리대도를 따라 호텔로 돌아왔다. 이곳은 우리의 한겨울 12월에서 1월 추위를 피해 휴양오기에 최고의 도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거듭 든다. 따뜻한 날씨와 다양하고도 맛있는 요리, 깨끗하고 공원이나 거대한 식물원 같은 아름다운 도시의 풍광과 분위기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한 열대수목의 위용. 이제 내일은 본격적으로 이곳 징홍지역에 대한 탐색에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