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VS 1116만 상하위 소득격차 더 벌려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가계의 소비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역대 최저로 떨어진 반면 흑자율(가처분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역대 최고로 상승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전 분위 중 가장 많이 늘면서 가계의 소득격차는 벌어졌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당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287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 감소했다. 감소폭이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크다.
항목별로 의류·신발(-28.0%), 교육(-26.3%), 오락·문화(-25.6%) 등에 대한 소비지출이 급감했다. 허리띠를 가장 세게 졸라맨 경우는 저소득층이다. 1분위 가계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148만6천원으로 1년 전보다 10.0% 줄었다. 이 또한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이와 달리 5분위 가계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468만6천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국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7.0% 줄었다. 가구당 비소비지출도 월평균 106만7천원으로 1.7% 감소했다. 가계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29만1천원으로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41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2003년 통계집계 이후 최대인 38.4% 폭증했다. 가처분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흑자율은 32.9%로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로 상승했다.
흑자율은 가구가 지출을 하고도 얼마나 저축여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동제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소득여력이 있는데도 지출이 억제되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1분기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치인 67.1%로 떨어졌다. 1년 전보다 7.9%포인트 급락했다. 월 100만원을 버는 가구(가처분소득 기준)가 67만1천원만 쓰고 나머지 32만9천원은 비축했다는 의미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년 전 대비 그대로였던 반면, 5분위 가구의 소득은 전 분위 중 가장 크게 늘면서 가계의 소득격차는 벌어졌다. 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49만8천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같았다. 이와 달리 5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115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3% 늘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된다"면서 "음식·숙박, 교육비 항목 지출이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소비지출에 우선적으로 반영됐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 부문에서도 일자리 사정의 어려움, 사업소득의 감소 또는 증가세가 멈추는 현상들이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본다"면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한 고용 부문의 소득증가율이 저소득 가구에서 낮게 나타난 것이 전체적인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