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보유 목적에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공시변경
생전 조양호 회장과 교분 깊어 '캐스팅 보트' 향방 촉각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수 일가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한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로써 한진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안개 속 에 빠져 들었다.
재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호개발은 특별관계자인 한영개발, 반도개발과 함께 보유한 한진칼의 주식지분이 종전의 6.28%에서 이날 기준으로 8.2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또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했다.
대호개발은 고(故) 조양호 회장과 친분이 있는 권홍사 회장의 반도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다. 대호개발이 이날 공시한 보유 지분 가운데 실제로 3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지난달 26일 이전에 매입한 주식이어야 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지분율은 8.20%로 파악된다.
반도건설은 이날 공시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한 총수 일가(28.94%)를 제외하고 단일 주주로는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한진그룹의 '백기사' 델타항공(10.0%)에 이어 3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남매의 난'을 겪고 있는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건설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간 기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캐스팅보트로서 반도건설의 몸값이 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에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려 있어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KCGI가 끊임없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에 견제구를 날리는 데다 누나의 반기로 총수 일가 지분 28.94%도 전부 확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성탄절 소동'을 겪으며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어머니 이 고문과도 일단 공동 입장문을 내며 겉으로는 갈등을 봉합한 상태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여기에 그동안 그룹의 '백기사'로 분류된 미국 델타항공은 그룹 경영의 안정성을 고려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되긴 해도 이 또한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권을 둘러싼 주요 주주들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열려 있어 반도건설의 향후 행보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이번 주식 추가 매입이 대한항공 경영 참여 목적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