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길거리 시장 확장… 1959년 시장건물 지어 올 60주년
고추ㆍ생강ㆍ마늘 등 김장재료와 더덕ㆍ마 등 뿌리 채소 등 판매특화
이마트와 손잡아 '노브랜드' 매장 유치하고 청년몰 여는 등 체질 개선
김장철하면 경동시장이 떠 오른다. 올해로 꼭 개장 60주년을 맞는 이 시장은 70, 80년대만해도 우리의 할머니,어머니들이 겨울채비를 위해 가장 많이 찾던 곳이다. 고추·생강·마늘 등 김장 양념을 파는 상점이 여전히 즐비하다.
김장은 가정마다 겨울을 나는 ‘전략물자’였다. 지금의 경동시장은 세월에 따라 많이 변했지만 ‘김장양념 시장’이라는 정체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여전히 이곳에선 배추를 안판다. 가락시장 등 서울 곳곳에 대규모 농수산물 시장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50년 넘게 시장을 키킨 할머니 좌판에도 어김없이 마늘 꾸러미가 놓여 있다.
경동시장이 문을 연지 60년이 됐을 뿐 경동시장의 자취는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경기도와 강원대 일대에서 캐낸 산나물 봇짐을 진 아낙네들이 생계를 위해 찾았던 곳이 옛날 성동역 일대이다. 지금은 제기역 인근에 역(驛)의 발자취를 남긴 표지석만 놓여 있지만 이 곳이 경동시장을 있게 헸다는 역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성동역은 1939년 7월 경춘철도 회사가 부설한 사설 철도인 경춘선의 출발역이었다. 이 철도가 열리자 서울 근교나 저 멀리 강원도에서 나는 산나물들이 성동역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일정한 판로가 없었던 산촌 농가의 주요 소득원인 산나물이 서울시민들과의 접촉면이 넓어졌다. 한국 전쟁 전후로 이 성동역 주변의 좌판은 산나물 판매의 전용무대가 됐다. 자연 채취 농산물과 약초 등 임산물이 대거 반입됐다. 지금도 이 곳 경동시장에 도라지와 더덕,연근과 마를 파는 코너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곳 경동시장에서 30년 넘게 연근을 판매하고 있다는 상인은 한 번도 판매품목을 바꾼적이 없다고 한다. 부안이 고향인 이 상인은 “연근 하나로 자식들 공부시키고 건강에 좋은 품목을 팔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에 다른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했다‘고 말했다.
길거리 좌판이 시장처럼 확장되자 1960년 6월 지금의 시장자리에 이윤천 경동시장㈜ 창업주가 현대적인 시장건물을 지어 지금의 경동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기오 경동시장㈜ 경영기획본부장은 “ 60대들어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주변 일반 개인주택들이 담장을 헐어 상점을 내 80년대까지 시장이 크게 활성화됐었다”며 “지금도 서울에서 같은 물건을 가장 싸게 판다는 명성은 이어가고 있고 특히 김장 양념의 대표적인 시장이란 위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600여 곳의 판매코너에 800여명의 상인들이 경동시장을 지키고 있다. 최근들어 할인매장에 밀려 고객의 발걸음이 뜸해지자 시대 변화에 맞게 시장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982년 11월에는 신관 건물이 준공했고 이어 1985년 5월에는 경동 빌딩이 준공되는 등 확장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국내 최대의 인삼시장이 개장되고 한약 전문 상가도 형성되어 대구 약령시와 어깨를 겨루는 모습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외국의 관광객들까지도 거쳐가는 관광명소이다.
특히 이마트와 손잡고 ‘노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전통시장과 이마트가 서로 상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브랜드 매장은 시장에서 파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시장에 오는 고객들은 일반 농산물은 시장에 사고 공산품 등은 노브랜드 매장에 구입한다.청년들의 창업공간을 마련해주는 ‘청년몰’도 차츰 자리를 잡고 있다. 전통시장에선 드물게 어학강좌 등 문화프래그램도 만들어 고객들과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경동시장은 한약재 판매거점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90년대초 서울 종로5가에 있던 약재상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지금은 한약전문상가가 시장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시장 길 건너에는 근사한 한약 박물관 건물도 들어서 있다.
경동시장은 이밖에도 ▲수산물▲제수용품▲의류 ▲꽃▲축산물 등의 매장이나 독립적인 전문상가를 이뤄 종합 전통재래시장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서울 도심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시장이지만 전국에서 물건을 떼러 오는 상인들이 적잖고 서민들의 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혀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겨울 대통령 선거유세 마지막 이곳 경동시장에서 마무리 유세를 했다. 상인, 고객들과 함께 어묵등을 나누며 시장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최근 경동시장은 청량리 역사 주변이 대대적인 개발에 힘입어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제법 현대화 된 청량리 시장과 맞닿아 있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동시장 상인회 회장으로 당선된 노용신씨는 “경동시장은 상인들이 질좋은 물건을 값싸게 팔수 있도록 물품 유통경로의 개선은 물론 헬스장 등 상인들의 건강복지 공간 확충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궃은 날씨에도 쇼핑을 할수 있도록 천정공사를 하는 등 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이를 상인들의 매출로 연결될 수있도록 상인들의 힘을 모아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